[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국내 산업계를 뒤덮은 성과급 논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주요 그룹을 이끄는 수장들이 노사 갈등의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 실적이 급반등하자 노동계는 성과 배분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기업들은 고정화된 보상 체계가 미래 투자와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성과급 갈등이 가장 격화된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후조정에서도 본사와의 합의가 불발되며 총파업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노조측은 영업이익의 15% 재원 활용과 성과급 제도화를 주장한 반면 사측은 영업이익 10%와 유연한 보상제도화를 고수하면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노조의 총파업 움직임과 성과급 갈등에 대해 직접적인 공개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이 임원들에게 경영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 부회장은 최근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경영 활동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전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노조 요구의 배경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 9,000억원, 영업이익 57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DS부문 영업이익은 53조 7,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약 94%를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이 전사 실적을 사실상 견인한 만큼, 노조는 성과 배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진은 HBM과 차세대 메모리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투자 여력과 기술 경쟁력 회복을 함께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인 현대차 역시 성과급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여기에 AI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 노동환경 보장, 완전 월급제 도입, 상여금 800% 인상, 정년 확대, 신규 인력 충원 등이 포함됐다.

이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4일 서울 양재 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 행사에서 노사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회사와 주주, 국가 발전도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노사 갈등을 단순한 충돌이 아닌 산업 현장의 조정 과정으로 봤다. 그는 “노사에 있어서 오랫동안 같이 생활해오고 일을 해왔던 관계이고 굴곡도 있었다”며 “전 세계에서도 노조도 있고 공장도 있기 때문에 조정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가 6·25 이후 자본주의 사회를 경험한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여러 과정을 거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잘 만들어간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등 자체보다 이를 제도적으로 조율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성과급 논쟁의 출발점으로 지목되는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거센 노사 갈등을 겪었다.

당시 회사 측은 성과급 1,700% 수준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존 상한선 폐지와 영업이익 10% 전액 지급을 요구하며 맞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700%에도 직원들이 만족하지 않는다는데 3000%, 5000%까지 늘어나도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상만으로 구성원의 만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보상에만 집착하면 미래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재계의 고민은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가 아니다. AI 반도체, 전기차, 로봇, 소프트웨어 전환 과정에서 기업 실적은 커지고 있지만 투자 부담도 동시에 늘고 있다.

노동계는 성과 배분과 고용 안정 장치를 요구하고, 기업은 글로벌 경쟁과 주주 가치, 미래 투자 재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성과급 전쟁의 핵심은 ‘얼마를 줄 것인가’가 아니라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다.

SK하이닉스의 합의가 산업계의 새 기준이 될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다른 해법을 찾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총수들의 메시지는 하나로 모인다. 성과 배분은 필요하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 산업 경쟁력을 함께 훼손하지 않는 균형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tracted and lightly reformatted for readability. · Source: 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