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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세단의 대명사가 전기차가 됐다. 그렇다면 ES는 여전히 ES일까?
2012년 국내에 ES 300h가 나온 뒤 'ES'와 '하이브리드'는 거의 동의여였고, 렉서스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8세대 올 뉴 ES는 그 공식을 과감하게 깼다. ES 역사상 처음으로 엔진 없이 달리는 ES 350e, ES 500e가 라인업에 들어왔다. 렉서스코리아는 치열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프리미엄 그레이드 기준 7,160만원이라는 깜짝 놀랄 가격도 공개했다. 같은 그레이드 하이브리드 ES 350h(7,290만원)보다 130만원 싸다.
렉서스 ES350e로 서울 잠실에서 춘천까지 도심과 정체 구간, 고속도로를 오가며 약 90km를 달리며 렉서스가 보여주려는 숨은 매력들을 찾아봤다.
DISCOVER 1 - ES의 새로운 디자인, 과연?
첫인상부터 다르다. 이미지 자체가 달라졌다. 렉서스를 선택했던 고객들은 '너무 바뀐거 아닐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파격적일 수 있겠다. 반대로 렉서스를 밖에서 지켜 보던 고객들은 이제서야 트렌디하고 좋아할만한 모습이 된 것에 박수를 보낼 지도 모르겠다.
ES는 차체가 확실히 커졌다. 전장 5,140mm, 전폭 1,920mm, 휠베이스 2,950mm로 이전 세대보다 각각 165mm, 55mm, 80mm 늘었다. 길이만 놓고 보면 렉서스 LS 옆에 세워도 작다고 느끼기 어려울 만한 덩치다.
그런데 크다는 느낌보다 낮고 날렵하다는 인상이 먼저 온다. 전고는 1,560mm로, 키를 키우지 않고 옆으로 넓게 앉혔다. 앞에서 보면 그릴 하나에 머물던 스핀들 형상이 차체 전체로 확장되며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더했다.
렉서스는 이를 '스핀들 보디'라고 부른다.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겹친 '트윈 L 시그니처 램프'가 눈매를 날카롭게 만들고, 뒤에서는 렉서스 로고와 하나로 이어진 일자형 램프가 차폭을 강조한다. 앞에서, 뒤에서 그리고 위에서 내려볼 때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스핀들 보다는 과하다는 느낌이 없이 자연스럽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ES에는 '점잖은 아빠차, 엄마차'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신형은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렵게 만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후드에서 트렁크까지 한 번에 흐르는 실루엣, 뒤로 갈수록 과감하게 그려낸 실루엣은 이제는 30~40대가 타도 어색하지 않은 감각을 만든다.
ES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두 단 하나의 차이도 없이 동일한 디자인이다. 모델은 바닥 전체를 덮는 언더커버와 에어로 휠 커버까지 달아 공기 흐름을 다듬었다. 디자인이 효율을 위해서도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ES에는 매우 특별한 라인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도어를 위아래로 꺾이며 이어지는 선인데 전기차의 특성상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위치하기 때문에 차고가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렉서스는 스포티한 세단의 이미지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도어를 가로지르는 선을 더함으로써 시선을 아래로 자연스롭게 이동하도록 만들어 낮은 차체로 보이게 만들었다. 덕분에 차에 탑승했을 때 더 여유로운 공간감을 느끼게 된다.
ES의 실내는 말 그대로 '천지개벽' 수준이다. 중후한 느낌을 풍기는 실내는 이제 더이상 없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과 같은 트렌드의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제는 일본차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한참 부족하다거나 올드하다거나 하는 평가는 할 수 없게 됐다.
중앙에 위치한 시원한 14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테블릿처럼 익숙한 UI와 UX들로 차량의 정보들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12.3인치 계기판이 운전석을 감싸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운전석에 있어야 할 것들은 지켜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역시 필요한 정보만 정확하고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번 렉서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능은 바로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에는 손이 가까이 가야 아이콘이 켜지는 '리스폰시브 히든 스위치'다. 평소에는 버튼이 보이지 않지만 손가락이 가까이 다가가면 설정된 기능에 불이 들어오는 구조다.
터치 버튼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100% 물리버튼이다. 터널 진입 시, 야간 운전 시 빛으로 인한 불편함도 없고, 반응이 늦으면 어쩌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 손가락이 스위치 5cm 이내에 접근하면 바로 켜지기 때문이다. 누가 더 빠른가 내기를 해봐도 좋겠다.
DISCOVER 2 -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 그대로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의외의 감각이 찾아온다. 전기차답지 않다. 전기차는 대개 첫 반응이 날카롭다. 발끝에 힘을 조금만 줘도 차가 튀어 나가고, 그 때문에 동승자가 고개를 젖히곤 한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를 대하는 운전자들이 이런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ES 350e에서 전기차의 튀어 나가는 맛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수도 있다. 최고출력 227마력의 힘을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오히려 기존 ES 하이브리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게 전기차였나" 싶을 만큼 온몸에 익숙한 질감이다. 렉서스가 말하는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만 차가 정확하게 움직이는 감각이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다.
물론,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순식간에 도로를 움켜쥐고 앞으로 달려 나간다. 이제는 익숙해진 전기차들의 0-100km/h 몇초 몇점 몇초의 숫자를 떠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빠르다. 60~80km/h 구간에서의 추월 시 ES의 움직임은 여유보다는 날카로움에 가깝고 정속 주행 시 ES의 움직임은 바다를 유영하는 대형 요트처럼 한껏 여유가 넘친다.
전기차의 또 다른 숙제는 회생제동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가 꿀렁하며 속도를 줄이는 탓에, 뒷좌석에서 멀미를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S 350e는 회생제동 강도를 0부터 4까지 5단계로 바꿀 수 있다. 단계를 올리면 회생제동의 강도도 강해진다. 운전에 익숙해지면 4단계도 좋지만 강력한 회생제동의 느낌이 싫거나 적당하게 달리며 충전도 하고 싶다면 1~2단계에서도 충분하다.
4단계는 지하 주차장, 내리막이 이어지는 길, 와인딩 코스에서 완벽한 브레이크의 역할을 한다. 회생제동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 기본 설정으로만 달려도 충분하다.
ES350e의 회생제동 기술은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을 느끼기 거의 어렵게 만들어 뒀다. 그래서 뒷좌석에 가족이나 친구를 태우고 달려보면 말하기 전까지 전기차인줄 모를수도 있다.
승차감은 ES의 승차감, 렉서스 고유의 느낌 그대로다. 노면의 잔진동과 소음을 바닥에서 걸러 내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을 깔끔하게 한 번에 정리하고 지나간다. 출렁임이 길게 남지 않는다.
잔잔한 바다를 가르는 요트처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한없이 부드러운 것은 아니다. 과감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라인을 그리고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여 준다.
새롭게 설계한 GA-K 플랫폼과 ES 최초로 들어간 5링크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 1·2열 모두에 넣은 어쿠스틱 글라스가 그 뒤를 받친다. 럭셔리 이상 그레이드에는 감쇠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AVS)까지 더해진다. 덕분에 2시간여 시승 구간에서 피곤함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전비는 기대 이상이다. ES 350e의 공인 복합 전비는 6.0km/kWh(도심 6.3km/kWh, 고속 5.6km/kWh)다. 출발 전 배터리는 100%는 아니었지만 이미 공인 받은 주행가능거리보다 더 달릴 수 있었고 트립 역시 인증 기준보다 좋은 숫자였다.
서울-춘천 간 90km가 넘는 거리를를 달리는 동안 트립 컴퓨터에 찍힌 수치는 도심과 막히는 구간에서 7.9km/kWh, 고속도로에서도 7km/kWh를 넘었다. 간혹 급가속이나 고속주행을 했음에도 공인 수치를 넉넉히 웃돈다.
74.69kWh 배터리에 공인 주행거리 478km라는 숫자가 실제 주행에서 500km가 넘는 것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고, 서울-부산을 가더라도 집이나 회사에서 100% 충전된 상태로 출발했다면 충전 불안을 크게 덜 수 있는 부분이다.
충전 관련해서 숫자로 이야기하면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최근 800V급 차량이 늘고 심지어 중국에서는 경쟁적으로 1000V 이상급 급속충전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충전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는데는 상당히 느리다. 그래서 렉서스 ES가 400V급이라고 해도 충전이 느리거나 불편한 것은 아니다.
렉서스 코리아가 공개한 정보에 의하면 급속충전은 최대 150kW로, 10%에서 80%까지 28분(상온 25℃, 렉서스 자체 측정)이라고 했는데, 휴게소에서 50%에서 80%까지 급속 충전을 한다고 가정하면 잠시 쉬며 커피 한잔 하거나 간단한 식사를 할 시간 정도에 라면 목적지까지 불안해하며 갈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DISCOVER 3 - 렉서스라서 할 수 있는 경험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새로운 경험이 시작되고, 그 경험은 일상을, 크게 보면 인생을 바꾼다. ES 350e를 타 보면 렉서스가 이 말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걸 알 수 있다.
ES 350e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작은 불편을 없애고, 편한 것은 빨리 익숙하게 만들고, 탑승자가 손을 덜 움직이게 한다. 렉서스 리모트 앱으로 타기 전에 공조를 켜 두고, 렉서스 커넥트 앱으로 목적지를 미리 보내 둔다. 차에 앉으면 네이버 클로바 기반 음성인식에 말 한마디로 온도를 바꾸고 목적지를 고친다. 럭셔리 이상 그레이드는 문을 살짝만 닫아도 스스로 끝까지 당겨 닫는 소프트 클로저 도어까지 갖췄다.
운전 중 운전자는 차가 보내는 다양한 알람과 경고등을 오감으로 받아들인다. 당연히 안전을 위한 것이니 만큼 귀를 자극하는 소리, 컬러 그리고 진동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ES는 소리와 진동에서 접근법이 다르다.
차선 이탈 시 보내는 경고를 예로 들어보자. 계기판 디스플레이 중앙에 ES 차량 아이콘의 왼쪽 또는 오른쪽에 레드 컬러로 차선을 이탈했음을 알려준다. 동시에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보내주는데 부드럽고 짧지만 진동은 확실하다.
여기서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을 제어하며 차선 안으로 돌려 놓는 과정이 시작되는데 ES에서는 스티어링을 잡고 있는 손을 살짝 잡아 당기는 느낌 정도다. 놀라서 스티어링 휠의 조작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진동과 함께 움직이는 약간의 움직임에 운전자는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 차를 차로 중앙으로 가게 만들면 그만이다. ES가 보내는 모든 시그널이 그렇다. 안전운전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아주 강력한 시각, 촉각, 청각을 사용하게 하겠지만 일상의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는 방식은 그저 약간의 도움 정도다.
ES를 시승하는 내내 가장 기분 좋은 경험은 바로 음악, 렉서스 커넥트에 들어간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에센셜(essential;)'이었다. 대부분 차에서 음악을 들으려면 앱을 설치하거나 찾아 들어가고 개인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렉서스의 에센셜은 그런 번거로운 과정 자체가 없다.
여러가지 플레이리스트가 준비되어 있고, 플레이리스트는 테마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데 고속도로에서는 경쾌하고 밝은 음악을, 가을 단풍이 시작되는 국도를 달릴때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악을 알아서 들려준다. 클래식에서 팝, 가요,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다.
이 음악을 럭셔리 그레이드부터 들어가는 17개 스피커 마크 레빈슨 3D 서라운드 오디오로 들으면, 조용한 실내가 그대로 작은 나만의 공연장이 된다. 전기차의 고요함이 오디오의 능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에센셜은 출고 후 1년간 무상으로 제공된다.
이번 ES 350e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뒷좌석이다. ES를 의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부터 하면 된다.
ES 350e에는 VIP 그레이드가 있다. VIP에는 '리어 컴포트 패키지'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뒷좌석에서 버튼을 누르면 조수석이 앞으로 끝까지 밀리고 등받이와 헤드레스트가 접힌다.
이어 뒷좌석 오른쪽의 오토만(다리 받침)이 올라오고 등받이가 뒤로 기운다.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에서, 플래그십 세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세다. 뒷좌석 통풍·마사지, 소프트 헤드레스트, 3존 에어컨, 선쉐이드까지 더해졌다. 평일 출퇴근길의 쉼, 주말 여행길의 여유와 잘 어울리는 구성이다. 그리고 의전용으로도 ES350e는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하이브리드 대명사였던 ES에 전기차를 추가한다? 과연 전기차 ES는 렉서스 다움, ES다움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정말 기우였다. 직접 타 본 ES 350e의 답은 분명했다. 엔진이 사라졌을 뿐, ES는 렉서스였고 그대로 ES였다. 오히려 더 조용하고, 더 부드러워졌다. 렉서스 하이브리드에 만족했다면 이제 전기차에 만족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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